"대리님, 이거 AI가 써준 초안인데 말투가 왜 이래요?" 회사에서는 눈치 없는 AI 인턴이 싸놓은(?) 엉뚱한 결과물을 사람의 언어로 고치느라 40분째 워드 창과 씨름 중입니다. 겨우겨우 야근을 면하고 집에 오니, 초등학생 딸내미는 "엄마, 나 숙제 챗GPT로 1분 만에 다 했어!"라며 해맑게 유튜브를 보고 있네요. 기특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뒷목이 뻐근해지는 이 기분, 바쁘게 살아가는 워킹패런트라면 다들 한 번쯤 느껴보셨죠?
개발자 커뮤니티 dev.to에 올라온 제임스 해머(James Hammer)의 글을 보니 제 속마음을 그대로 사찰당한 줄 알았습니다. 그는 AI가 90초 만에 그럴싸한 초안을 써줘도, 사람이 그걸 다시 뜯어고치는 데 40분을 쓴다면 결국 도루묵이라고 꼬집습니다. 이를 이른바 '편집 세금(Editing Tax)'이라고 부르더라고요. 공짜 AI 비서 생겼다고 "이제 칼퇴다!"를 외쳤는데, 정작 핀트 나간 AI 똥 치우는 건 고스란히 제 몫이었던 겁니다.
해결책은 생각보다 간단명료합니다. 로그인 복잡한 툴을 새로 살 필요 없이 '업무 지시 방식(프롬프트)'만 바꾸면 되거든요. "점심 메뉴 정해줘" 하듯 대충 말하지 말고, "이 보고서는 부장님이 읽을 거니까 3줄로 요약하고, 말투는 깍듯하게, 글머리 기호는 15단어를 넘지 않게 해줘"라고 꽉 쥐고 흔들어야 합니다. 특히 글에서 추천한 '2단계 드래프팅'은 가성비 최고의 꿀팁입니다. 처음엔 내용의 뼈대만 거칠게 뽑아달라고 한 뒤, 두 번째 질문에서 "우리 회사 톤앤매너로 다듬어줘"라고 시키면 내가 직접 손댈 일이 확 줄어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 야근을 줄여주는 이 기특한 꼼수(?)가 우리 아이들의 숙제까지 대신해주고 있다면 어떨까요? 디지털포용뉴스가 인용한 RAND 연구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10명 중 약 7명이 과제에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구글 제미나이나 챗GPT 같은 도구들이 너무나 쉽게 접근 가능해지면서, 아이들은 단순 검색을 넘어 브레인스토밍, 글쓰기 뼈대 잡기 등 사고의 과정 자체를 AI에 턱턱 맡기고 있습니다. 바쁜 부모 입장에선 애들 숙제 봐주는 시간이 줄어서 편하긴 한데, 이러다 "우리 애 생각하는 힘이 깡통이 되면 어쩌지?" 하는 현실적인 공포가 밀려옵니다.
재밌는 건, AI를 적극적으로 쓰는 학생들의 67% 역시 "이러다 내 사고력이 떨어질 것 같다"며 스스로 불안해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는 거죠. 학교에서는 이게 부정행위(치팅)인지 아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이 교사마다 기준이 달라서 혼란만 가중되고 있습니다. 부모로서 "우리 애만 안 쓰면 시대에 뒤처지는 거 아냐?"라는 조바심과 "결국 남는 건 자기 생각인데"라는 딜레마 사이에서 매일 줄타기를 하는 기분입니다.
결국 직장 실무에서나 가정의 식탁머리에서나 핵심은 하나입니다. AI를 그저 '정답 자판기'로 쓸 것인가, 아니면 내 능력과 아이의 상상력을 넓혀주는 '보조 배터리(인지 확장 장치)'로 쓸 것인가의 문제죠. 회사에선 AI에게 명확한 가이드와 QA 체크리스트를 던져주어 주도권을 쥐는 일잘러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집에선 아이가 AI의 답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지 않도록, "이 대답에서 진짜 사람 같지 않고 어색한 부분은 어딜까?"라고 묻는 센스가 필요합니다. 이번 주말엔 복잡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아이와 함께 챗GPT로 엉뚱한 동화책을 만들며 'AI의 허점 찾기 놀이'나 한바탕 즐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