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퍼널에서 가장 비싼 구간은 ‘결제 직전 이탈’이다. 주소 입력, 카드 인증, 앱 전환, 실패 재시도 같은 마찰이 CVR을 깎고, 첫 구매 경험이 나쁘면 D7/D30 리텐션까지 같이 무너진다. 지금 한국 결제판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두 흐름—CBDC 2단계 실험의 본격화와 카드사의 ‘AI 에이전트가 결제까지 수행’—은 이 마찰을 구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드문 그로스 레버다. (출처: 한국은행 지급결제보고서 관련 보도/이뉴스투데이, 신한카드 AI Agent Pay 실증/매일경제)
먼저 인프라 쪽. 한국은행 ‘프로젝트 한강’ 1차 파일럿은 CBDC와 예금토큰을 연계한 지급결제가 실거래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갔고(약 8.1만 참여, 11만+ 거래), 2단계엔 9개 은행으로 참여가 확대됐다(이뉴스투데이). 핵심은 “계좌 체계를 유지하면서 블록체인 기반으로 결제와 정산을 동시에 처리”해 중간 결제망을 줄이고, 실시간 결제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단순히 수수료를 낮추는 이야기가 아니라, 체크아웃 UX를 ‘성공 확률이 높은 단일 레일’로 재배선할 수 있다는 신호다.
동시에 UX 쪽에서 더 급진적인 변화가 올라온다. 신한카드가 마스터카드와 실증한 ‘AI 에이전트 페이’는 AI가 탐색→예약→결제까지 수행하고 사용자는 “단 한 번의 승인”만 하는 구조다(매일경제). 이 모델이 퍼널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사용자에게 결제 UI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가?” 결제 단계의 폼/클릭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사용자의 의도를 기반으로 결제가 백그라운드에서 완료되는 ‘에이전트 결제 퍼널’로 이동한다.
맥락을 그로스 관점에서 해석하면, 지금은 결제 레이어가 바뀌는 과도기다. 은행들은 CU(하나은행), PG 연동 기반 확산(KB국민은행), 배달앱/생활영역 결합(신한은행), 편의점망 확대(IBK기업은행)처럼 “유통·플랫폼과 결합한 결제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이뉴스투데이). 이 말은 곧, 결제는 더 이상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유입 채널’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월렛/은행앱에 노출되는 결제 버튼, 가맹점 POS/QR, 배달앱 결제 선택지가 신규 유저 유입면으로 재정의된다.
시사점은 세 가지다. 첫째, CVR 개선의 포인트가 ‘페이지 최적화’에서 ‘레일 선택’으로 이동한다. 카드/간편결제의 실패율·인증 마찰·앱 전환이 병목이라면, 예금토큰/직접결제 레일 또는 에이전트 결제 레일은 결제 성공확률을 올려 퍼널 누수를 줄일 수 있다. 둘째, 리텐션은 결제 속도가 아니라 “다음 구매의 자동성”에서 갈린다. 한 번의 승인으로 권한과 한도를 설정해두면, 재구매는 0~1클릭이 아니라 ‘0클릭’에 가까워진다. 셋째, 레퍼럴 설계가 쉬워진다. 결제가 계정/월렛에 붙는 순간, 추천 보상(캐시백·바우처)을 ‘프로그래머블’하게 집행할 수 있다. 목적형 바우처(사용처 제한) 같은 기능은 레퍼럴 비용을 낭비하지 않게 만드는 정교한 인센티브 레버가 된다(이뉴스투데이의 스마트계약·디지털 바우처 언급).
전망: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 퍼널”이 현실적이다. 사용자는 카드/간편결제를 계속 쓰지만, 특정 상황(편의점/배달/모빌리티/여행)에서 예금토큰·에이전트 결제가 더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하면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가져간다. 여기서 승부는 기술이 아니라 실험 설계다. (1) 체크아웃 단계별 이벤트를 표준화해 실패/재시도/인증 전환을 분리 측정하고, (2) ‘한 번의 승인’ UX를 도입할 때 권한·한도·취소정책을 명확히 보여 신뢰 손실을 막고, (3) 은행/월렛 연동을 신규 유입 채널로 보고 CPA가 아닌 “연동당 첫 결제 전환율”로 최적화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CBDC 2단계의 예금토큰 실험은 결제 레일을 재편하며 비용/정산 구조를 흔들고, AI 에이전트 페이는 결제 UI 자체를 지워버린다.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에서 ‘에이전트 결제 퍼널’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CVR·리텐션·레퍼럴 효율을 동시에 건드리는 성장 장치가 된다. 지금 필요한 건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결제 마찰을 KPI로 올리고(결제 성공률, 결제 소요시간, 재결제까지의 클릭 수), 레일 전환 A/B 테스트를 바로 돌릴 수 있는 실행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