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be Coding으로 하루 만에 프로토타입이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 주부터 팀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에이전트가 지난주에 만든 모듈을 다시 만들고, 컨텍스트가 세션 중에 조용히 드리프트되고, 같은 버그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해서 건드린다. 코드는 돌아간다. 그런데 코드베이스는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다.
dev.to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험을 가진 엔지니어가 쓴 글 "Vibe coding gets you 80% of the way"는 이 현상을 정확히 짚는다. 저자의 결론은 단호하다. "AI 문제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이 10배 속도로 돌아가는데, 예전에는 손으로 타이핑하면서 자연스럽게 걸렸던 규율이 사라진 것이다." 나머지 20%를 메우는 건 더 좋은 프롬프트도, 더 강한 모델도 아니다. 프로세스다.
그 프로세스의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코드 전에 스펙을 쓴다. 영리한 프롬프트보다 문서화된 스펙이 항상 이긴다. AI 에이전트는 명확한 경계가 없으면 스스로 경계를 그린다—그리고 그 경계는 당신이 원하는 곳에 있지 않다. 둘째, 빌드 전에 아키텍처를 설계한다. 처음부터 확장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은 코드베이스는 AI도 확장할 수 없다. 셋째, 작은 슬라이스로 쪼갠다. 큰 피처를 통째로 넘기면 에이전트는 혼자 해석하고 혼자 결정한다. 검토 가능한 단위로 나눠야 팀이 리뷰를 실제로 할 수 있다.
AWS가 출시한 Kiro IDE는 이 프로세스 문제에 대한 도구적 응답이다. Kiro는 채팅 창에 요구사항을 던지는 방식 대신, Requirements → Design → Tasks 순서의 스펙 주도 워크플로우를 강제한다. .kiro/ 디렉터리 안에 피처별로 스펙 파일이 쌓이고, 코드는 그 이후에 생성된다. 특히 AGENTS.md로 프로젝트 전체 컨텍스트를 명시적으로 고정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에이전트가 "지난주에 뭘 만들었는지 잊는" 문제—즉 컨텍스트 드리프트—를 구조적으로 막으려는 설계다.
실제로 Kiro를 몇 주간 사용한 개발자의 후기(dev.to)를 보면, 가장 큰 변화는 "코드 먼저 쓰고 나중에 리팩터링하는 루프"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한다. Copilot이나 ChatGPT로 작업할 때 항상 느꼈던 것—구조화된 지시를 먼저 정의하고 코드를 생성하고 싶다는 욕구—을 Kiro가 자동화된 기획 단계로 풀어줬다는 평가다. 중요한 건 Kiro의 Supervised 모드다. 에이전트가 태스크를 하나씩 실행하고 사람이 각 단계를 승인하는 구조—이건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자동화 범위를 명시적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솔로 오퍼레이터가 AI 에이전트 다섯 가지 프리미티브로 회사 전체를 운영하는 사례(dev.to)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그중 가장 결정적인 원칙이 Approval Gate다. "에이전트는 초안을 만든다. 사람이 승인한다. 에이전트가 실행한다." 비가역적인 액션—송금, 배포, 공개 게시—은 반드시 사람의 체크포인트를 거친다. 이걸 자동화의 타협으로 읽으면 안 된다. 이게 자동화 전략 그 자체다. 백 시간의 실행을 한 시간의 리뷰로 압축하는 구조다.
팀 관점에서 이 세 소스가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을 정리하면 이렇다. AI 코딩 에이전트 도입 이후 팀의 실질적 병목은 에이전트의 능력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부재다. 스펙 없이 프롬프트만 던지면, 에이전트는 매 세션마다 다른 팀원이 된다. 아키텍처 없이 빌드하면, AI가 빠르게 만든 코드는 빠르게 레거시가 된다. 승인 게이트 없이 자동화하면, 실패 비용이 리뷰 비용보다 훨씬 커진다.
지금 팀에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액션 세 가지를 꼽는다면: 1) 모든 피처 작업 전에 Requirements.md를 먼저 쓴다—Kiro가 없어도 마크다운 파일 하나면 된다. 2) AGENTS.md(또는 CLAUDE.md, Copilot Instructions)에 프로젝트 컨텍스트를 명시적으로 고정한다—에이전트의 기억은 당신이 만들어줘야 한다. 3) 자동화 범위를 태스크 단위로 쪼개고, 비가역 액션에는 반드시 사람 승인을 건다—속도와 안전은 게이트 설계로 함께 잡을 수 있다.
Vibe Coding이 팀에 가져다준 80%의 속도는 실재한다. 문제는 나머지 20%가 그냥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펙, 아키텍처, 승인 게이트—이 세 가지는 AI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이 설계해야 할 영역이다. 오히려 AI가 빨라질수록, 이 구조를 먼저 갖추지 않은 팀은 더 빠르게 통제를 잃는다. 도구는 준비됐다. 프로세스는 팀이 만들어야 한다.